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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마당

마태는 1장 ‘족보’ 쓰면서 왜 이스라엘 역사를 3등분했을까?

by 일본 재일 한인교계 연도별 보도 2022.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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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성경 7-1] 마태가 본 이스라엘 역사

마태복음은 객관적 사실을 중시한 누가복음과

다른 신학적 목적을 가지고 예수님 족보에 접근
마태, 이스라엘 역사 3단계로 나눈 신학적 관점

1. 들어가는 말

이스라엘은 같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 있는 메소포타미아나 애굽에 비해 단순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브라함(B.C. 2,166년 출생)부터 예수님(B.C. 4년 탄생)까지는 약 2,100년에 해당하지만,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왕국을 세우고 통치한 기간은 B.C. 1,050-586년, 불과 500여 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성경을 쓰는 마태. ⓒ인터넷 캡처

이스라엘 역사에서 나머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사 시대(300여 년)와 애굽 노예 시절(400여 년), 그리고 제사장 통치 자치국가 시대(500여 년) 입니다. 

이에 비하여 애굽 왕국은 3천 년 넘는 긴 역사와 더불어 33개 왕조가 교체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애굽은 메소포타미아에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고/중/신왕국으로 구분할 수 있는 단순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왕가의 교체는 33번이나 있었습니다. 상애굽(상나일강)과 하애굽(하나일강) 사이 세력 다툼을 벌이면서 자주 정권 교체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애굽과 대조되는 메소포타미아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역사를 가진 지역 중 하나일 것입니다. 애굽은 단일 민족으로 그 정체성을 3천년 고대 왕국 동안은 물론 지금까지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애굽과는 달리, 메소포타미아는 사방이 열려 있어 온갖 주변 민족이 접근하기 쉬운 지형입니다.따라서 메소포타미아는 단일 민족에 따른 통합보다는 지역에 따른 통합 효과가 큰 지역이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는 국경이 사방으로 열려 있고, 또 처음부터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진 관계로 그만큼 더 외부 침입이나 내부 반란이 잦은 역사를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4,000년 넘는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는 상세히 기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합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B.C. 2,166년 아브라함의 출생 이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까지 그렇게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B.C. 930년 솔로몬 사후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갈라진 뒤, 북이스라엘이 B.C. 722년 앗수르 제국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00여 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다윗 언약에 따라 다윗의 후손들이 통치한 남유다 왕국의 역사도 B.C. 586년 바빌로니아 제국에 의하여 멸망할 때까지 왕가의 계승에 큰 변함이 없는 매우 단순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B.C. 537년 바벨론에서 귀환한 이후에는 종교 자치권만을 보장받은 도시 국가에 불과했고, 예수님이 오실 때까지 다윗 왕가의 계승이 끊어진 채 제사장이 통치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비교적 짧고 단순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성경은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비록 성경에서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관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 문제는 하나님의 구속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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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

 지금까지 이스라엘 역사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정치사에 집중돼 왔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치적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지 살펴보는 것은 이스라엘 역사 연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표면적인 역사 이해는 우리가 성경을 공부하는 목적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지 못합니다.

 

역사를 이해하려면 정치사적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스라엘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는 이스라엘 역사에 하나님의 간섭이 있었다고 믿기 때문에, 구속사적으로 이스라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성경 어느 곳에서도 이스라엘 역사를 구속사적 관점에서 자세히 풀어 설명해 주고 있지 않습니다.

신·구약 성경 66권은 다양한 저자와 문학 장르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하나의 통일된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부분은 성경신학[Biblical Theology]의 핵심 과제입니다.)

 

이스라엘 역사가 하나님의 구속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면, 이스라엘 역사의 신학적 접근에 많은 제한이 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사를 하나님의 구속사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 가능성을 마태복음 1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에서 찾고 싶습니다.

이 족보는 지금까지도 난제로 남아 있지만, 왜 마태는 아브라함부터 예수님까지 이스라엘 족보를 3등분해 놓았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3. 마태복음 족보에 나타난 이스라엘 역사

 

 마태복음 1장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의 족보를 보면, 우리의 상식과 다른 점들이 많이 관찰됩니다. 대개 성경에 족보가 나오면 읽지 않고 건너뛰기 십상이지만, 족보를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여기서 다른 요소들은 전부 빼고, 단지 ‘이스라엘 역사’라는 입장에서만 분석해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마태복음 1장 족보의 특징은 비교적 객관적인 누가복음 3장의 족보와 달리, 아브라함 혈통의 모든 장자들이 다 기록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으로, 몇 가지 점만 고려해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아브라함과 예수님 사이 세대가 모두 42대(다윗이 중복되었으므로 실제는 41대임)라는 점입니다.

아브라함이 B.C. 2,166년 출생하였고 예수님이 B.C. 4년경 탄생하였다는 사실만 고려하더라도, 2,100여년 동안 단지 42세대만 있었다는 점은 쉽게 설득되지 않습니다.

 

한 세대를 단순히 30년으로만 잡고 계산하더라도 60-70세대는 있어야 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지만, 고대에는 평균 수명이 50여 세 정도로 매우 짧았고 그만큼 결혼도 일찍 하였습니다.

 

2) 마태복음 족보를 성경의 다른 기록들과 비교할 때 많은 세대가 생략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가복음 3장의 족보와 비교하여도, 아브라함부터 예수님까지 모두 15대나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는 모두 14대로 동일하게 계산하였지만, 다윗 이후 세대 수에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왜 마태와 누가 모두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세대를 14대로 계산하였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 이것이 1세기 당시 유대 민족의 족보 설명 방법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이후 누가는 다윗부터 에수님까지 모두 43세대를 계수하지만, 마태는 한 시대를 14대로 나누는 방법을 계속 사용하여 다윗부터 예수님 오시기까지 이스라엘 역사를 28대로 계수합니다.

 

① 아브라함(B.C. 2,166)부터 다윗(B.C. 1,010)까지의 기간은 약 1,150여년으로, 단지 14대뿐이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이 기간 동안 14대를 살펴보면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계보가 14대로 동일한데, 애굽 종살이 시절 400여 년과 사사 시대 300여 년이 대부분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② 다윗부터 바벨론 포로(B.C. 586) 때까지 약 420여 년의 역사를 살펴봐도, 3대의 남유다 왕들(아달랴 포함 시 4대)이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여호람과 아달랴 사이에서 태어난 아하시아부터 요아스, 아마샤까지 3대가 모두 빠져 있습니다. 이 시대는 북이스라엘의 영향이 매우 컸던 시기로, 세 왕은 모두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임을 당합니다.

 

③ B.C. 586년 바벨론 포로로 잡혀간 이후 예수님이 오시기까지 580년이 넘는 기간이 14대에 불과하다는 점도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요시아 왕 이후 여호아하스와 여호야긴이 빠졌고, 여호야긴 다음 남유다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 왕이 빠졌습니다.

스알디엘과 스룹바벨 이후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던 역사의 암흑기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에 이르면 다윗 왕가 장자를 잇는 후손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4. 마태복음 족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위 몇 가지 점들만 고려하여 보더라도, 마태복음의 족보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족보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마태복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즉 마태복음은 다른 복음서와는 구별되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적의 장’이라 불리는 마태복음 8-9장은 예수님의 9가지 기사 이적을 모아 놓은 곳으로 다른 복음서들과 비교하여 보면 매우 부자연스럽습니다. 즉 마태복음에 기록된 시간으로만 보면 마치 이틀 사이에 예수님께서 모두 9가지나 되는 기사 이적을 행하신 것처럼 읽힙니다.

 

따라서 마태는 예수님이 하신 일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객관적으로 기록하고자 의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마태복음 13장은 천국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을 한 곳에 모아 놓았는데, 마치 한 지역에서 하루 안에 모든 가르침이 다 행하여졌던 것처럼 읽힙니다.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 기록된 천국 비유와 비교하여 볼 때, 이것들이 한 곳에서 진행된 가르침이라기보다는 여러 곳에서 행하여진 것을 마태가 어떤 목적으로 한 곳에 모아 놓았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마태복음은 객관적 사실을 중시한 누가복음과는 다른 신학적 목적을 가지고 예수님의 족보에 접근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마태복음에 나오는 족보에는 객관적 역사성보다는 이스라엘 역사를 3단계로 나누어 보는 마태의 신학적 관점이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5. 마태는 왜 족보를 3등분하였나?

마태가 예수님의 족보를 각 시대별로 14대로 나눈 것에 대하여는 비교적 의견들이 일치합니다. 즉 ‘14’는 완전수인 7이 두 번 겹친 것으로 ‘완전의 완전’, 즉 한 시대를 대표하는 자들의 상징인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을 14명만 엄선하여 기록한 것입니다. 물론 이들 중에는 악인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체로 하나님의 구속사에 기여한 자들입니다.

 

그러나 마태의 족보에서 아직도 난제로 남아있는 것은, 왜 아브라함부터 예수님까지 이스라엘 역사를 3개 시대로 나누었나 하는 점입니다.

 

이 점에 오면 대부분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기보다, ‘3을 좋아하는 마태의 취향’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태가 이스라엘 역사를 취향 때문에 3등분하였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필자는 여기에 마태의 이스라엘 역사관이 담겨 있다고 믿습니다. 즉 마태가 가지고 있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스라엘 역사는 모두 세 단계 시대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구분에는 마태의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오히려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그의 깊은 신학적 이해가 반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역사를 세 단계로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세 단계에서 두 번의 변곡점 역할을 하는 ‘다윗 통치’와 ‘바벨론 유수’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윗 통치를 통하여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선택한 다윗 가문 중심의 왕정 체제를 확립할 수 있었고, 바벨론 유수를 통하여 비록 불순종에 대한 벌은 받았지만 하나님의 구속 역사가 종료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변화 외에 구속사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들은 없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언약의 체결’입니다.

 

성경은 언약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담과 ‘선악과 언약’을 맺었지만 하와로 인하여 아담이 이 언약을 파괴하자 하나님은 또 다시 이브와 ‘여자의 후손 언약’을 맺었습니다.

 

이 ‘여자의 후손 언약’이 역사적으로 구체화된 것이 바로 ‘아브라함 언약’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의 언약을 통하여 후손과 땅은 물론 천하만민이 그의 후손으로 인하여 복을 받을 것이라는 약속을 합니다.

 

후손에 관한 언약은 출애굽 때 2백만 명 넘는 민족이 형성됨으로써 성취되었고, 땅에 대한 언약은 다윗과 솔로몬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하나님이 약속하신 ‘유브라데부터 애굽강까지’ 통치권을 차지합니다.

 

하나님은 다시 다윗과 언약을 맺는데, 바로 ‘다윗 후손이 영원히 이스라엘 왕국을 통치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윗 후손이 통치하는 이스라엘 왕국을 통하여 하나님의 법이 모든 열방에 전하겠다는 것으로, ‘아브라함 후손으로 인하여 천하 만민이 복을 받게 하겠다’는 아브라함 언약의 마지막 완성을 돕기 위한 하나님의 추가 언약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 계획은 다윗 왕가의 불순종이 이어지면서 점점 실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선지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다윗 왕가의 후손들은 하나님 말씀을 멀리 하였고, 하나님은 마침내 바빌로니아를 이스라엘의 불순종에 대한 징계 막대기로 사용하시기에 이르렀습니다.

 

남유다는 바벨론으로 포로로 잡혀가게 되었고, 아브라함 언약은 물론 다윗 언약도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셨고, 바벨론 유수를 전후하여 수많은 선지자들을 보내 메시야가 올 것임을 약속하셨습니다. 즉 메시야를 보내 다윗 언약을 다시 계승하고, 아브라함 언약을 완성하겠다는 ‘메시야 언약’을 이스라엘과 맺은 것입니다.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한 이후 예수님이 오시기까지 이스라엘 역사는 바로 ‘메시야를 기다리는 역사’였습니다.

 

▲류관석 교수는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성경이 어떤 자연환경 속에서 형성됐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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